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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일기 120327 고후2장 ‘그리스도의 향기’ 본문
보리밭 무밭 사잇길을 산책하다 보면 가끔씩은 비료 냄새가 코를 심하게 자극하기도 한다. 그러나 적어도 생명을 아는 자는 ‘누가 이런 짓 했나’ 욕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 고향 냄새, 좋구나’ 하면서 가기도 한다. 왜냐하면 장차 그 밭에서 많은 생명의 열매가 맺힐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에는 결코 향기롭다 할 수 없는 그 냄새가 실상은 “사망으로부터 사망에 이르는 냄새”가 아니요, “생명으로부터 생명에 이르는 냄새”(16)임을 알기 때문이다.
아마도 고린도 교회의 바울 반대자들은 로마식 ‘승리주의’에 경사되어 있었던 것 같다. 바울이 그들에게서 ‘사망에서 사망에 이르는 냄새’를 맡은 걸 보면 분명하다. 힘과 능력을 통한 화려한 성공과 승리를 복음과 연결시켰던 그들은 바울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의 복음’을 나약하고 어리석은 ‘패배주의’로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냄새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바울은 “항상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이기게 하시고”(14)라고 한다. “수 많은 사람들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혼잡하게 하지 아니하고, 곧 순전함으로” 하나님 앞에서와 그리스도 안에서 말하고 싶었던(17) 바울이 그들에게서 맡았을 역겨운 냄새를 나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1장에서 “위로”라는 단어를 수 없이 반복했던 바울은 2장에 와서 “근심”(1, 2, 3, 4, 5, 7)이라는 단어를 반복한다. 그의 근심, “눌림과 걱정”(4)은 자신에 대한 것, 그리고 반대자에 대한 것이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교회 안에 자리잡으려 하는 ‘복음 아닌 것’들 때문이었을 것이다. 복음을 사수하려 하고, 그 복음을 두루 전하려 하는 바울의 열정은 자주 공동체 내부에서도 반대파들을 만들어냈고, 그로 인해 바울은 여러 가지로 눌리고 근심하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복음의 본질이 왜곡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바울은 때로 분노하며 자신을 대적했던 자들과 간단치 않은 신학적 싸움을 싸우기도 했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이기기를 원하고,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14)기를 원하는 그의 소망은 결국 사랑의 “용서”(7, 10)로 나타났다. 그것은 “사탄에게 속지 않”(11)기 위해서도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일이었다.
오늘도 “그리스도의 향기”(15)는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님을 따르며(눅9:23), 죽음 같은 현실 속에서도 부활의 소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은은하지만 생생히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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