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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일기 120314 고전11장 ‘서로 기다리라’ 본문
“그런 즉 내 형제들아 먹으러 모일 때에 서로 기다리라”(33).
“(너희가) 각각 자기의 만찬을 먼저 갖다 먹으므로, 어떤 사람은 시장하고 어떤 사람은 취함이라. 너희가 먹고 마실 집이 없느냐? 너희가 하나님의 교회를 업신여기고 빈궁한 자들을 부끄럽게 하느냐?”(21-22) 시간이 흐르면서 주의 만찬의 형식이나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다양해졌지만, 바울이 고린도 교회 사람들을 책망하는 것을 미루어 볼 때 원래 ‘주의 만찬’은 제대로 된 한 끼니 식사였던 모양이다.
인간이 밥만 잘 먹어도 게임은 끝난다. 고린도 교회만이 아니라 우리 한국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우리네 인사 중에 “언제, 식사 한번 합시다!”하는 것은, 물론 그 ‘언제’가 그저 빈말인 인사들이 많아서 좀 그렇지만, 사실상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성서적으로 풀면, 주의 만찬에 참여하는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귀한 인사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함께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를 기다려 주고 때를 맞추어 모두 함께 식탁에 둘러 앉아 제대로 된 식사를 해야 한다. 주의 만찬에 온전히 참여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은 서로 기다려주는 것이다.
예전에 있었던 안타까운 일이 떠오른다. 먹는 것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인데도 말이다. 소위 병 고침의 능력이 신통하다는 분을 모셔다가 치유집회를 했다. 평상시보다 3배쯤 되는 사람들이 집회에 참석을 했다. 세상에나, 교우들이 그렇게 많이 아픈 줄은 몰랐다. 안 아픈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강사는 집회가 끝난 후 개인적으로 안수 기도를 해 주겠다고 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기도방 앞으로 몰려드는데 줄을 세울 수가 없었다. 서로 ‘내가 앞이네 내가 먼저네’ 하며 완전 난리다. 금방 죽을 병자들도 아닌데 서로 살펴서 크게 아픈 사람부터 먼저 기도 받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게 되질 않는다. 모두가 자기 병이 가장 크고 중하고 자기가 가장 바쁜 사람이다. ‘적당히 예배실에서 기도하고 계시다가 목사가 부르는 순서대로 합시다’ 했다가는 돌 맞아 죽을 판이다. 할 수 없이 난리 속에 형성된 줄을 따라 볼펜으로 손에다 번호를 적어 줌으로써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아무도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기다려 줄 수는 없다는, 공평을 가장한 자기 욕심들이 그렇게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이렇게 기억이 생생한 걸 보면 그 때 멍든 가슴이 아직도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요한복음 5장에 나오는 베데스다 연못가의 38년 된 병자 이야기가 바로 고린도 교회의 이야기이고, 오늘날 우리들의 이야기인지 모른다. 연못이 동할 때에 가장 먼저 그 물에 들어가는 한 사람만이 고침을 받는다는 장밋빛 환상이 거기 있었다. 베데스다에 떠 도는 이 소문은 사실상 얼마나 비인간적인 것인가! 물에 가장 먼저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비교적 가장 건강한 사람이 아니겠는가? 아니면 그를 도와줄 사람이 많은, 소위 주변여건이 좋은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사람만이 고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베데스다 연못의 비극적 허상이다.
아버지 살아 생전에 하셨던 말씀 중에 결코 잊혀지지 않는 말씀이 있다. “아버지, 교회 나가셔야죠.” 내가 말씀드릴 때, “교회도 돈이 있어야 나가서 뭘 어떻게 하는 거지” 그러셨다. 다행히 아버지는 늦게나마 교회로 나오셨지만. 아버지의 그 말씀은 우리네 교회가 서로를 배려하고 특히 약자를 기다려 주지 아니한다면, 자비를 가장한 베데스다 연못처럼 되고 말 것이라는 예언적 말씀으로 내 가슴에 새겨져 있다. 경쟁논리와 허위의식으로 가득한 베데스다 연못가에서 신음하는 38년 된 병자를 찾아와 주시고, 그를 연못에 넣어주시지 않고 “일어나 네 자리를 들고 걸러가라” 말씀으로 고쳐주신 예수님이 나의 주님이셔서 너무 감사하다.
간절히 기도한다. 서로를 배려하고 기다려 줌으로, 우리 가정 우리 교회의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이 “주의 죽으심을 그가 오실 때까지 전하는 것이”(26)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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