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바람 하늘 바람
말씀일기 120310 고전8장 ‘자유의 완성, 사랑’ 본문
“지식은 교만하게 하며, 사랑은 덕을 세우나니”(1)
바울은 복음이 주는 자유라는 관점에서 우상에게 바쳐졌던 제물은 사실상 먹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가르친다. 왜냐하면 우상은 신이 아니기 때문에, 즉 신은 오직 하나님 한 분뿐이시기 때문에 설사 우상에게 바쳐졌다가 시장에 나온 것이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우상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라는 예리한 통찰이다. 하나님만을 온전히 참 신으로 섬기는 자의 지혜와 담대함이다.
하지만, 바울이 이렇게만 이야기 했다면 한편으로 복음이 주는 자유를 명쾌하게 드러냈다 하더라도 아직은 미흡한 것이다. 바울은 음식 문제를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즉 옳고 그르냐 하는 지식의 문제로 접근하지 않았다. 한 사람이 우상에게 바쳐졌던 음식을 자기 나름으로는 복음 안에서 자유하며 먹을 수 있다 하더라도, 혹 믿음이 약한 형제가 여전히 마음에 거리끼면서도 그 사람처럼 그 음식을 먹다가 마음에 자책감을 느끼게 된다면 그것도 그 “형제의 약한 양심을 상하게 하는”(12) 죄를 범하게 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바울 자신은 만약 자기의 먹는 것이 형제를 실족하게 한다면 평생이라도 그 음식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한다(13).
복음 안에서의 자유는 사랑 특히 “형제”(11, 12, 13) 사랑에 이르러 완성이 된다. 자유가 소중하지만 그 “자유가 믿음이 약한 자들에게 걸려 넘어지게 하는 것이 되지 않도록 조심”(9)해야 하는 것이다. 지식보다도, 자유보다도 더욱 소중한 것이 사랑이다. 자유에 형제애가 있어야 참 사랑이 되는 것이다. 학창 시절에 D.H. 로렌스의 문학 비평 용어를 인용해서 내 나름의 사랑의 정의로 삼았던 “Freedom Together”가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도 제법 그럴 싸하다. “Love is a Freedom Together”(사랑은 함께하는 자유).
허나, 아직도 나는 지식에 매인 자인지도 모른다. 자유를 핑계로 사랑을 피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나는 신전에서 나온 고기 뒷다리를 맛있게 들고 뜯으며, 이 식당 근처에도 오려고 하지 않는 자들을 슬그머니 비웃으며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형제에 대한 이해와 사랑 보다는 아직도 내 자유 내 지식이 더 소중한, 설익은 감자인지도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길이 머리에서 가슴까지 가는 길이라더니, 난 언제나 그 가슴에 도착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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