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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일기 120124 롬5장 '즐거움 찾기' 본문
내가 모는 자동차가 브레이크만 밟으면 ‘삐익’ 하는 소리가 나서, 자동차 정비 전문가인 2세 형제가 일하는 정비소엘 다녀 왔다. 그가 정성스럽게 손을 봐주고 나니 삑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왠지 브레이크 밟는 느낌도 더 부드러워진 것 같아 마치 새 차를 타는 기분이다.
아무리 폼 나는 차라도 신나게 달리다가 멈추어 설 때 신경 거슬리는 소음을 낸다면 체면 구기는 것 아닌가. 하나님이 내 인생의 악셀레이터를 밟으실 때는 힘 있는 소리를 내며 달려 나가야 하고, 브레이크를 밟으실 때는 고요히 멈춰 설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시원하게 달려가는 것도 그닥 신통치 못하면서 자주 ‘삑삑’ 거리는 나를 운전해 가시려고 하나님은 얼마나 짜증나셨을까? “나의 가고 서는 것 주님 뜻에 있으니…” 내게서 좋은 소리가 나야 한다. 힘찬 소리든 고요한 침묵의 소리든.
“우리가 믿음으로 의롭다 하심을 받았으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과 화평을 누”(1)려야 한다.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고 즐거워”(2) 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3) 해야 한다. 누가 말했듯, 선교사는 사명만으로 그 선교지에 있을 수 없다. 선교사는 일단 그 땅에서 사는 것이 즐거워야 한다. 그 선교지를 좋아해야 하고, 그 곳의 사람들을 좋아해야 한다. 그래야 때로 답답하고 힘든 상황이 와도 그것을 견딜 수 있게 되고, 나중에는 도가 틔어 그 자체를 즐길 수도 있게 된다.
나는 ‘말씀일기’가 즐겁다. 언제 어디서든지 나를 떠나지 않는 말씀, 그러나 결코 구속으로 여겨지지 않는 참 즐거움이다. 매일 한 시간씩 걷는 것도 즐겁다. 기도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즐겁고 때로 아내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즐겁다. 빗속을 뒤집어 쓰고 가다가 갑자기 만나게 되는 파란 하늘과 따사로운 햇살이 좋고,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인생의 가을을 생각할 수도 있어 좋다. 어디 다닐 때 사람들 눈치 볼 일 없어서 좋다. 여전히 서툴지만 독일어 말하고 듣는 것도 내 인생에 긴장을 주는 즐거움이다. 가끔씩 영어 하자는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또한 좋다. 교우들과 매주일 예배하고 밥 먹는 것도, 당연하지만 너무 즐겁다. 무슨 이야기든 교우들과 ‘주절 주절’하는 것도 내겐 즐거움이다. 매일 가족들이 함께 식탁에 둘러 앉아 찬송 부르고 말씀 읽고 기도하는 시간의 즐거움을 말해 무엇 하랴. 아이들과 재미난 영화 등을 함께 보는 시간, 그러면서 중간에 맛있는 것도 입에 넣게 될 때는 정말 행복하다. 이거 쓰다 보니, 즐거운 게 줄줄이네. 나중에 천국이라는 데를 가서 이런 즐거움 들이 없다면 너무나 아쉬울 거다. 물론 그럴 리 없겠지?
어느 날 갑자기 시한부 인생이 된 사람들이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짧은 시간이나마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다 죽음을 맞이하려는 모습, 너무 소중한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생각도 든다. 새삼스러운 버킷 리스트 이전에 지금까지 즐거웠던 일들, 그래서 살아 있는 동안에 여전히 계속하고 싶은 것들의 목록을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일 아닐까 하는. 나도 이 땅에서 계속적으로 ‘즐거움’을 찾아 가야 하겠지만, 그 보다 먼저 현재 내 삶에서 즐거운 것들의 목록을 더 많이 찾아보고 그 즐거움 흠뻑 누리는 게 지혜인 것 같다. ‘즐거움 찾기’, 이거 딱딱한 로마서가 생각지 않게 던져 준 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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