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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일기 120202 롬13장 '두려워할 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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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일기 120202 롬13장 '두려워할 자'

유럽의 바람 2012. 2. 3. 07:07

 

13장은 내게 인연이 많은 장이다. “밤이 깊고 낮이 가까웠으니……어둠의 일을 벗고 빛의 갑옷을 입자”(11-14)는 본문은 신대원 시절 설교의 실제시간에 실습과제로 주어졌던 본문으로 기억된다. 14분 정도 설교 후 교수님이 학생들 앞에서 동영상을 다시 돌려가며 내 설교에 대해 예리하게 코멘트 해주셨던 기억이 선명한 데, 그 때의 설교 원고를 제대로 챙겨두지 못한 것이 조금 아쉽다. 이 본문은 성 어거스틴이 회심하고 돌아오는데 결정적 영향을 주었던 본문이었다니 더욱 그렇다.

 

세상 권세에 복종하라는 바울의 권면(1-7)과 관련해서는 그 유명한 <월든>의 저자요 소위 초절주의자로 알려져 있는 소로우가 생각난다. 내 대학 졸업 논문(책자로 내지는 않았지만 분명 원고지에 써 냈었다) 제목이 아마도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자연관과 사회관이었을 것이다. 미국의 노예제도를 반대하는 소로우는 그의 책 <시민의 불복종>에서 시민은 마땅히 불의한 정부를 향해 납세 거부운동 등을 통해 저항할 수 있음을 역설했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한 사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바로 히틀러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대다수 독일 그리스도 교회를 향하여 고백교회운동을 통해 예언자적 소리를 내고, 끝내는 히틀러 암살에까지 가담하다 체포되어 2차 대전이 끝나던 그 해 봄 형장의 이슬로 사라져간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이다.

 

만약에 당신이 버스를 탔는데 운전수가 미쳤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어떤 길을 선택하시겠습니까?......나라면 그 미친 운전수를 죽이고 많은 승객들을 안전하게 살릴 것입니다.....” 그의 말에는 가장 악하고 불의한 권세 아래에서도 참 권세자이신 하나님만을 바라보려는 양심적 신앙인의 고뇌와 비장함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분명, 오늘의 말씀에서 바울은 이런 특수 상황까지 포함하여 언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원론적으로, 신앙인들이 세속 사회 속에서 바른 양심으로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살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자세를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렇다. 기본이 안 되어 있으면 더 이상의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율법의 완성”인 이웃 사랑(8-10)도 기본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오직 “사랑의 빚”(8) 외에는 세상에 빚을 지고 살면 안 된다. 평상시에 세금을 정당하게 내는 사람만이 거부 운동을 펼칠 자격이 있고, 평상 시에 나라 법을 준수하는 자만이 법을 어겨가면서라도 좋은 정부 좋은 나라 만들기 위해 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교회가 불의한 정권을 향한 저항은 고사하고, 이 모양 저 모양으로 비합법, 탈법. 위법 등을 자행하고도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떠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진정 “두려워할 자를 두려워하며 존경할 자를 존경”(7)하지 않으면, 교회는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기는커녕, 도리어 곳곳의 양심 세력들에 의해 큰 저항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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