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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일기 120201 롬12장 '왕 부담' 본문
로마서에서 바울이 구원의 조건으로서 강조하는 ‘믿음’이 그저 입술로 만의 고백이 아니라, 삶 전체로 드리는 고백임을 다시금 분명히 깨닫는다. 그래서일까? 오늘 따라 구구절절이 다 왕 부담이다. 로마서 12장은 자신이 너무나 좋아하는 장이라 하면서도 깊은 장탄식을 하는 아내의 마음이 또한 내 마음이다.
내 몸을 “거룩한 산 제물”(1)로 드려야 하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고, 하나님의 온전하신 뜻을 “분별”(2)해야 하지만, “마땅히 생각할 그 이상의 생각은 품지 말”(3)아야 하니, 이 균형을 잡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은사대로 사는 것(4-8)도 쉽지 않은 일인데, 거짓 없는 사랑을 하라니(9) 죽을 지경이다. “서로 먼저” 우애하고 존경하며 “게으르지 말고”(11) “손대접하기를 힘”(13)써야 하니 이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사소한 일도 잘 못 참는데, “환난 중에 참”으며, “기도에 항상 힘쓰”(12)는 것도 만만한 일이 아니다. “악을 악으로 갚지 말고”(17), “박해하는 자를 축복하”(14)라니 이게 내게 가능하긴 한 건지. “우는 자들과 함께 울”(15)어야 하고, 가능하면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목”(18)해야 하니, 그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 혹시, 지금도 누군가가 내 머리에 숯불을 쌓고 있는(20)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는 등골이 오싹하고 머리에 쥐가 나는 것 같다.
그래도 한 구절이라도 확실히 붙들어 봐야지 하는 생각에 16절 말씀을 오고 가고 들고 날며 조금씩 묵상해 보았다. “서로 마음을 같이 하며”- 한 마음이 한 몸으로 이어지면 너무 아름다운 것이고, 설사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마음 자체로 귀한 것이 아닐까? 몸을 같이 하면서 마음도 더욱 같이 할 수 있게 되는 게 보통이지만, 왕왕 한 몸이 한 마음으로 이어지지 못할 때 그 껍데기의 허무함이란…… 그렇다. 몸을 같이 하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게 마음을 같이 하는 거다.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마음을 같이 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내 마음을 낮은 데로 향하는 것이고, 또한 몸으로도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 마음은 조금만 고삐를 늦추면 어느 새 ‘높은 데, 빠른 것, 많은 것’을 향하고 있다. 이런 내 마음을 낮은 데로 방향 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 중 하나가 ‘말씀일기’이고 ‘매일 산책’인 것 같아 감사하다. 특히 오늘 같은 강 추위 칼 바람을 뚫고 걷는 시간들은 더더욱 내 몸과 마음의 자세를 낮추게 하는 은총의 시간이다.
“스스로 지혜 있는 체 하지 말라”-아내가 이 말씀은 나를 두고 한 것이라 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나 온 내 인생은 그렇다 쳐도 앞으로 살아갈 인생은 좀 달라져야 할텐데, 애니어그램 3번인 내게 쉬운 일은 분명 아니다. 그래도, ‘솔직 담백하면서도 겸손한 사람’을 꿈만 꾸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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