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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일기 111214 행22장 '말과 글' 본문
바울처럼 말과 글에 공히 능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중 삼중 언어를 모두 능숙하게 구사하면서 말이다. 물론 바울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의 편지들은 무게가 있고 힘이 있으나 그가 몸으로 대할 때는 약하고 그 말도 시원하지 않다”(고후10:10)고도 했다. 실제로 그는 병약하고 외모도 별로였고, 화려하고 재미난 강의를 하는 스타일도 아니었나 보다. 하지만 바울은 바나바와 선교 여행을 할 때도 “그 중에 말하는 자”(행14:12)였다. 그 이후로도 그는 가는 곳 마다 성경을 강론하고 뜻을 풀어 증언하고 선포한, 확실한 ‘하나님의 스피커’였다. 오늘 본문에서도 바울은 먼저 헬라말로 천부장과 대화를 나눈 뒤(21:37) 유대 회중들 앞에 서게 되자 이번에는 히브리 말로 연설을 한다. 그러자 그들은 더욱 조용히 바울의 말에 집중한다(2).
내가 독일로 나온 지 이제 곧 10년째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어도 독일어는 많이 익히지도 못하고 한국말만 많이 잃어버린 것 아닌가 싶다. 흔히들 하는 말처럼, 독일어는 안 되면서 한국말만 망가지고…^^ 내 사역은 한인교회 목회가 기본인지라, 복잡한 독일어 없이도 웬만큼은 살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든 선교사는 끊임없이 현지 언어와 문화에 관심 갖고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사역을 위해서만 아니라 선교사 자신이 즐겁기 위해서다. 내가 박사과정생들의 조직신학 세미나에 매주 참여하는 것도 단지 신학수업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독일어와 독일 문화 속에서 나를 떼어 놓지 않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내가 독일에서 살아 있기 위해서다.
독일 생활 초기에 독일어 성경(루터번역)을 필사하면서 은혜 받던 순간들이 떠 오른다. 이건 언제나 욕심나는 일이고, 그 외에도 독일어로 된 짧고 좋은 글들을 한국말로 번역하고 싶은 욕심도 있다. 실제 ‘기도시’를 선택하여 조금 시도해 본 적도 있었지만, 곧 중지할 수 밖에 없었다. 시는 짧을 뿐이지 실상은 번역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것이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고, 그것도 아주 짧은 단문 격언들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독일어 대중 가요도 몇 곡 완전하게 익혀 놓는다 하면서도 시간만 흘려 보냈다.
그래도 올해는 하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교우들과 매일 함께하는 ‘말씀일기’를 얻은 기쁨이 훨씬 커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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