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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일기 110819 민13장 “메뚜기” 본문
“모세가 여호와의 명령을 따라 바란 광야에서”(3) 지파별로 대표 한 명씩을 뽑아 12명의 정탐꾼을 가나안으로 보낸다. 40일간의 정탐을 마치고 돌아온 그들은 온 회중들 앞에서 ‘사실 보도’를 했다. “과연 그 땅에 젖과 꿀이 흐르는데…그러나 그 땅 거주민은 강하고 성읍은 견고하고 심히 클 뿐 아니라 거기서 아낙 자손을 보았”(27-28)다고. 그러나 이러한 보도의 이면에는 ‘우리는 도저히 그들을 이길 수 없다’고 하는 부정적 사고가 깔려 있었다.
이 때 정탐꾼 중 한 명인 갈렙이 불쑥 일어나 “우리가 곧 올라가서 그 땅을 취하자 능히 이기리라”(30)하며 다른 소리를 낸다. 그러자 그와 함께 갔던 사람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쏟아낸다. “그 정탐한 땅을 악평하여 이르되…(그) 땅은 그 거주민을 삼키는 땅이요 거기서 본 모든 백성은 신장이 장대한 이들이며…우리는 스스로 보기에도 메뚜기 같”(31-33)다고 한다. 부정적 사고는 더욱 확대하고 과장되어 결국 자신을 메뚜기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렇듯 자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용기 없는 다수가 믿음의 소수를 잠재운다.
한편, 이것은 바로 나를 향한 채찍이요 경고가 아닌가 싶어 몸이 오그라든다. 돌아보면 논리와 상식, 현실적 상황 등을 고려하며 자주 주춤거리거나 포기했던 내가 아니었던가. 오만함인지 정당한 자부심 때문인지 잘은 몰라도 나를 메뚜기처럼 우습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골리앗처럼 버티고 있는 엄청난 현실 세계를 바라보며 그저 주변을 맴돌며 비판하거나 비웃으며 지내오지는 않았는지. 바로 가나안으로 올라갔으면 벌서 갔을 것을 믿음 없이 두려움에 눌려 아직도 돌고 또 돌아가는 광야 길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 자기 성찰도 중요하지만, 이거 또 너무 나가다가는 갈렙의 길을 가는 게 아니라 다수 부정적인 무리들의 길에 함께 휩쓸려 갈 수도 있다. 결국 핵심은 무엇일까? 갈렙의 보고는 분명 현실성 없이 그저 선동적이기만 하다고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옳았던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갈렙이 하나님의 약속을 끝까지 붙들고 있었다는 것 아닐까? 정탐의 결과에 따라 약속이 흔들릴 수 있었던 다른 사람들과 달리 갈렙은 상황 속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더 선명하게 가슴에 새겼던 것이다.
물론 내게 필요한 것은 그저 ‘긍정의 힘’이 아니다. 내 계획과 욕심을 믿음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님께 강요하는 자기신뢰가 아니라, 하나님의 약속을 붙들고 그것이 지금 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부딪쳐야 하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순종하고 인내하는 믿음이 내게 필요하다. 사실 이스라엘은 지금 광야에 있다. 더 이상 물러날 길이 없다. 그렇다면 던져야 하는 자리, 한번 올인(all-in)해야 하는 순간 아니었던가? 그게 안 되니까 스스로들 ‘찌지리’(메뚜기)가 되어서 과거로 돌아가려 하는 것이다. “주의 약속하신 말씀 위에…굳게 서리. 그 약속 위에 굳게 서리라”(찬송 54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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