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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일기 101215 눅5장 “제자의 길”

유럽의 바람 2010. 12. 16. 01:03

말씀일기 101215 눅5장  “제자의 길”

 

오늘 누가복음 5장은 제자로의 부르심(1-11)과 그 제자도의 발전 단계(12-39)를 보여주는 거 아닐까? 나병들린 사람을 고쳐주신 사건을 통해서 육체의 깨끗함을 얻는 단계(12-16), 중풍병자를 고쳐주신 일을 통해서 육체뿐만 아니라 그 영혼의 정결함(죄사함)을 얻는 단계(17-26), 세리 레위를 부르시는 일을 통해 삶 전체로 드리는 순종을 하는 단계(27-32), 그리고 금식 이야기를 통해 지금까지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온전히 주 안에서 자유로운 삶을 사는 단계(33-39)로 제자의 길이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단계들은 순서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각각의 단계가 그 자체로 제자도의 특성을 보여준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베드로가 가야 했고, 오늘의 제자로서 내가 가야 할, “깊은 데”(4)는 바로 이러한 모든 단계와 과정 속에 있다. 그리고 이 모든 단계의 공통적인 기본 전제는 “믿음”(12, 20, 27-28)이었다.

 

나는 오늘 특히 세리 레위의 ‘믿음’을 주목하게 된다. 사실, 레위를 묘사하는 본문에는 ‘부름’과 ‘순종’(따름)이라는 테마가 전체를 덮고 있고, “믿음”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는 레위의 순종에서 너무도 생생한 ‘믿음’을 본다. 예수께서 세관에 앉아있는 레위를 보시고 “나를 따르라 하시니,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일어나 따르니라.”(27b-28). 온 몸으로 보여준 그의 즉각적인 순종은 바로 그의 순전한 ‘믿음’이리라. 누가는 레위가 “세관에 앉아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그것은 레위가 일하고 있었다는 뜻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그가 고민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도 떠오른다. 주저앉아 인생의 무게로 고민하던 그는 예수 안에서 새 빛을 본다. 그에게는 이제 더 이상 얄팍한 입술의 언어가 필요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그러나 아주 분명하게 온 몸으로 제자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아마도 그 첫걸음은 ‘믿음으로’ 제자의 길을 시작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모범적인 발걸음’으로 언제까지나 기억되리라.

 

주님, 내 걸음 걸음이 말없는 순종, 즉각적인 따름으로 늘 이어지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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