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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일기 130612 시84편 ‘성전 문지기와 열쇠’ 본문
시인은 자기 영혼이 쇠약해질 정도로 주의 장막을 사모한다고 고백한다(2). 주의 궁정에서의 하루는 다른 곳에서의 천 날 보다 좋다고, 악한 이들의 집에서 그럴싸하게 사는 것보다 하나님의 성전 문지기로 있는 것이 좋다고 한다(10).
그렇게, 주의 집에 사는 자들에게는 복이 있어, 주를 찬송하며, 주께 힘을 얻는다(4-5). 이들에게는 주의 집, 시온산으로 가는 넓은 길이 이미 그 마음 속에 펼쳐져 있어, 설사 메마른 바카 골짜기를 지나갈 때도 샘물이 터지고 이른 비가 내린다(5-6).
내 눈에는, 주의 제단에서 참새와 제비도 새끼 둘 보금자리를 얻었다는 말씀(3)과 성전 문지기로 있는 것이 좋다는 대목(10)이 오버랩 되고, 거기에 예수님으로부터 천국의 열쇠를 받아 든 베드로의 모습이 겹쳐, 하나의 그림이 보인다. 주의 전 문간에 열쇠 꾸러미를 잔뜩 들고 땀은 나지만 미소 띈 얼굴로 서 있는 베드로 사도, 그리고 그의 어깨에 내려 앉아 신나게 짹짹거리는 참새들, 그리고 사도 곁에 서있는 한 사람까지.
지금은 나도 적지 않은 열쇠 꾸러미를 갖고 다니는 게 익숙해졌지만, ‘열쇠 사회’인 독일에 처음 와서 많은 열쇠들을 받아 쥐었을 때, 얼마나 어색했고 또 얼마나 불편해 했던가? 사실상 우리 교회 소유로 된 공간 하나 없으면서도 열쇠는 잔뜩 쥐고 살아야 하는 아이러니에 씁쓸한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감사해야지. 이제는 예배당 열쇠를 매번 받아서 열고 닫아야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무겁게 들고 다니던 그 열쇠 꾸러미가 바로 행복 꾸러미였고, 감사꾸러미였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러고 보니, 난 열쇠랑 관련해서 사건이 많았다. 거슬러 대학 시절로 가면, 바지 주머니 속에 집 열쇠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까맣게 잊어 버리고, 친구 녀석을 6층 아파트 이웃 집 창에서 우리 집 창으로 건너가게 했으니, 그러다 떨어지기라도 했으면...지금도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 더 거슬러 올라 가면, 초등학교 시절, 내가 우리 반 교실 열쇠를 가지고 있었는데, 일찍 나와서 교실 문을 열기는커녕, 열쇠를 잃어 버려 전 급우들이 복도에서 시간만 보내다가 결국은 망치로 자물통을 부수고 들어가야 했던 일. 그 와중에 나는 선생님 주먹에 얼굴을 맞고, 이가 부러진 일 등등. ㅎ
주님, 내 작은 손에 당신의 집 열쇠를 쥐어 주셨으니 무한 감사합니다. 열쇠 간수 잘하게 하시고, 이 영광스런 문지기 직을 절대 빼앗기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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