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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일기 120220 삿12장 '이겼지만'

유럽의 바람 2012. 2. 21. 08:07

 

외부와의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평강은 없었다. 입다의 가정에도, 이스라엘 공동체에도. 트집잡기 좋아하는 에브라임 지파(8:1-3 참고)가 또 시비를 걸어왔다. 그들과 입다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한다. 한쪽은, 왜 전쟁터에서 함께 싸우도록 부르지 않았느냐고 시비고, 또 한쪽은 불렀는데도 왜 도우러 오지 않았느냐는 주장이다. 결국 내전이 일어나 에브라임 지파만도 42천 명이 죽었다. 마음으로 형제의 승리를 축하해주기는커녕, 형제의 득세를 막기 위해 시비 걸고,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해야만 했던 이스라엘. 그 어리석고 참담한 모습이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더욱 가슴이 아프다.

 

정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은 격언 중의 격언 같다. 오늘은 내가 온 몸이 아파도 배가 아프지 않으니 감사한 데, 돌아보면 가까운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보고 배 아픈 것 까지는 몰라도 고개를 갸우뚱할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어쩌면 내가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하고 있는지는, 그가 힘들어 할 때 내가 그를 힘써 도와주는지 보다 그가 잘 되었을 때 진심으로 함께 기뻐하는지를 통해 더 분명히 알 수 있는지도 모른다.

 

딸을 잃고, 형제들과의 내전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입다는 그래서였을까 불과 6(7)을 사사로 지내고 죽었다. 우리 인생의 진정한 평화는 결코 싸워 이김으로써 얻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히브리서 기자는 물론 입다를 믿음의 사람들 목록에 함께 기록(11:32)하고 있지만, 역사 속에 승리자요 장수였던 그의 생애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역사에 이기고 삶에 진 사람”(송광룡의 책 제목 역사에 지고 삶에 이긴 사람들을 패러디)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위대한 싸움의 승리자이기 보다는 일상의 삶의 평화를 맛보고 싶어하는 나의 마음조차도 냉혹한 현실을 피하려고만 하는 소시민적 발상이라고 손가락질 받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진정한 평화는 단지 전쟁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의 실현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쟁은 싫다. 아니 전쟁은 안 된다. 얼마나 많은 전쟁들이 정의의 이름으로 행해졌던가! “화평하게 하는 자들은 화평으로 심어 의의 열매를 거두느니라”(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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