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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월10일 Facebook 이야기

유럽의 바람 2011. 8. 10. 23:59
  • 말씀일기 110809 민4장 “보리밭”

    말씀일기 110809   민4장   “보리밭”

     

    오래 간만에 오른 산책길, 집을 나설 때부터 그다지 밝은 마음은 아니었지만, 문득 들어선 보리밭 밀밭길에서 갑자기 온 몸의 힘이 쭉 빠지는 것을 느꼈다. 한쪽 편 보리밭은 이미 다 패어져 허리 잘린 몸들만 남아있고, 그 옆 밀밭은 짙은 회색으로 잔뜩 영글어 목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보리도 가고 밀도 가고, 결국 나도 가야 한다. 너무도 당연한 이치인데, 나는 왜 그렇게 충격을 받고 흔들리는 것일까?

     

    어떤 아쉬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들 나를 떠나가는 것 같아 아쉽다. 다시 붙잡아 올 수 없는 이별이 아쉽다. 지속적으로 떠나 보내야만 하는 이 선교 목회 현장이 아쉽다. 벌써 많이 떠나 보냈고 앞으로도 계속 떠나 보내야만 하는 내 나이가 아쉽다. 함부로 떠날 수도 그렇다고 그냥 머물러 있을 수도 없는 내가 아쉽다. 마음 속 깊은 곳의 아쉬움을 함부로 표현할 수도 없으니 더욱 아쉽다.

     

    ‘보리 친구’는 분명 열매 가득한 몸으로 잘려 어디론가 실려 갔을 텐데, 그리고 누군가의 입에 즐거움을 주게 될 터인데, 빵빵한 ‘밀 친구’도 그렇게 될 터인데, 나는?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했는데, 나는 삶을 통해 그리고 죽음을 통해 무엇을 남길 것인가? 내가 보리 친구의 남은 발목을 보며 가슴이 미어지고 주저 앉고 싶었던 것은 이 친구 모습에서 나중 내 모습이 아니라 지금 내 모습을 보아서였던 것은 아닐까? 황량한 들판에 허리 잘린 채 열매 없이 서 있는 내 모습 말이다.

     

    내가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걸까? 너무 욕심이 많은 모양이다. 쉽게 교훈적 결론으로 포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각각 자신의 맡은 바 “직무대로”(33) 하나님의 일을 수행했던 레위인들의 모습 속에서 나는 다시 정신을 차려야 할 것 같다. 고핫 자손은 게르손 자손이나 므라리 자손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훨씬 중요한 성물을 다룬다. 하지만 그들도 그 성물을 함부로 만질 수 없다. 하나님의 그 크신 영역 속에 나는 작은 일을 맡아 행할 뿐이다. 모든 이들의 직무들이 다 내 직무가 아니라, 얼마 안 되는 내 고유한 직무가 있는 것이다. 보리 친구들이 발목만 남은 채 서 있는 황량한 들판에도 참새 까마귀들이 찾아와 낟알을 주워 먹던 장면을 떠올리며, 미어지던 가슴을 다시 쓸어 내린다.


  • → 손교훈 이름있는 상담자(Psychologie)들도 언젠가는 다른 동료 에게 상담을 의뢰 해야 되는경우(Burn Out).이민은 자식을 위한 희생 이라든데,내경우 위로한다면 애들은 과외공부에 시달리지 않았고 나는 학비조달에 쩔쩔매지않은 이곳 문교정책.언어와생활 풍습이 다른 낯설은 이곳에서 목사님을 만나는 행운이 많은 유학생들과 새로운 상사 직원들에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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