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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일기 110707 레27장 ‘헌신의 실제’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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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일기 110707 레27장 ‘헌신의 실제’

유럽의 바람 2011. 7. 8. 08:21

 

레위기는26장이 결론이고, 27장은 그야말로 부록이라고만 생각했다. 괜한 덧붙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다시 읽으면서 이 말이 적절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히려 실제혹은 적용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결론이 아닐까 싶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은 그야말로 말씀을 가장 실제적으로 내 삶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하나님과의 언약 속에서 물질관계를 정확히 하는 것이다. 명심보감에도 주중불어 진군자, 재상분명 대장부”(酒中不語 眞君子, 財上分明 大丈夫 : 술 먹을 때 말이 없는 사람이 진짜 군자요, 돈 관계가 분명한 사람이 진짜 대장부)라 하지 않았던가?

 

물질 있는 곳에 마음이 있다고 했다. 물질 없이 헌신은 없다. 물론 형편에 따라 해야 하지만, 그 형편도 자기 멋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제사장이 객관적 형편에 따라 값을 매겨주는 것이다(8). 처음 난 것은 그 자체로 이미 하나님의 것이 되었기에, 사람이 그것을 가지고 예물인 것처럼, 혹은 세금인 것처럼 할 수 없다(26). 참 하나님은 정확하신 분이시다. 같은 맥락으로, 십일조는 당연히 드려야 할 것인데, 그 중에서 떼어내 이 명목 저 명목으로 드리는 것은 합당치 않다는 말씀이다. 참 정확하신 하나님은 서원예물의 값도 사람의 나이와 형편 등을 감안해서, 즉 그의 경제 능력을 계산해서 정해 주셨다. 하나님은 이렇게 까지도 정확하신데, 나는 너무 대충 헌신하고, 세상 속에서도 적당히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달 여 전 어느 날인가 노트북이 갑자기 망가져 버렸다. 이리저리 아무리 애를 써도 복구가 되질 않았다. 이 노트북은 원래 교회 것이기에 내 보험으로 고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보험회사를 찾아갔다. 하지만 보험 직원은, 사용하다가 자연적으로 시스템이 망가진 경우는 보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했다. 순간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보험 처리를 받기 위해서, 아들이 사용하다 방바닥에 떨어뜨려 망가졌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자 보험직원은 사고 경위서용지를 주면서 적어오라고 했다. 민해 민주에게 적당히 써 보라고 했지만, 아들들은 이 일에 영 비협조적이었다. 그게 귀찮기도 해서였지만 어디 그 이유만이었을까? 나는 더 이상 강하게 부탁하기가 어려웠다. 아니 슬그머니 오늘의 말씀들이 떠오르며 내 자신에게 부끄럽고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져갔다.

 

아무래도 잘못한 것 같다. 하나님과의 약속만이 아니라, 사람들과의 약속, 심지어 허가 낸 도둑놈들인 보험회사와의 약속마저도 나로서는 지켜주는 것이 마땅한 것 아닐까? 내가 없는 말 만들어가면서, 비록 작은 것이지만 자식들에게까지 속임수를 가르쳐 가면서 설사 성공적으로 공짜로 수리를 하게 된다 해도 그게 성공일까? 나는 너무 작은 것을 얻고 큰 것을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이상하다. 내가 나이를 잘 못 먹고 있는가 보다. 독일 생활을 잘못하고 있는 가 보다. 나그네 생활에 나도 모르게 옹색해지고 있나? 어떻게든 손해보지 않으려, 뺏기지 않으려 조바심을 내고, 움켜쥔 손을 제대로 펴질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양심을 몇 백 유로와 바꾸겠다는 것인가? 주여, 나 스스로를 거룩하고 존귀하게 세워가게 하소서. 주님의 거룩에 먹칠하지 않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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