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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일기 110316 마14장 “그 소녀, 한 아이” 본문
말씀일기 110316 마14장 “그 소녀, 한 아이”
소위 ‘오병이어 기적’ 사건은 4복음서가 모두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이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가만히 보면, 마태 마가 누가는 모두 이 기적을 세례 요한의 죽음 사건과 관련 지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마태와 마가는 헤롯의 화려한 잔치에서 일어난 피의 죽음과, 빈들의 소박한 잔치에서 일어난 풍성한 생명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분명 내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그러면서 어린 시절 극단적으로 다른 경험을 한 두 아이를 생각하게 된다. 화려한 잔치 자리에서 멋진 춤을 추고 많은 이들의 환호와 박수를 받았지만, 피 흐르는 세례 요한의 머리를 소반에 들고 어머니에게로 가야 했던 “그 소녀”(11). 한편, 황량한 들판이었지만 자기 도시락(떡 다섯 조각과 작은 물고기 두 마리)을 예수 앞에 내어 놓음으로 수많은 무리들이 배불리 먹고도 남는 푸짐한 천국 잔치를 경험한 “한 아이”(요6:9). 이 후 소녀와 한 아이의 인생은 어떻게 펼쳐졌을까? 고단하고 불안하고 폭력적인 삶을 살아갔을 소녀와 벅찬 기억을 가슴에 담고 평생 기쁨과 감사로 헌신하며 살았을 한 아이가 눈에 선하다.
어제 한국에서 어머니가 오셨다. 그래서 더 그럴까? 나 비록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지만, 힘겨운 살림 살이 속에서도 자식들이 좋은 기억 안고 살아갈 수 있도록 키워주신 부모님께 새삼 감사하게 된다. 생전에 늘 성실과 정직을 몸소 실천하고 가르쳐주신 아버지, 부침개 한 장도 먼저 여러 장을 부쳐 이웃집에 돌리기 전에는 우리 입에 절대 넣을 수 없도록 하신 어머니, 이 어른들의 삶이 어쩌면 한 아이의 ‘오병이어’였고 그로 인해 내가 주 안에서 배부르게 될 수 있었으리라.
비록 빈들에 황혼이 찾아오고 먹을 것이 없어도(15), 주님 앞에 드려지는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만 있다면(17) 걱정 없다. 아주 적은 그것이라도 “불쌍히 여기”시는(14) 주님 손에 붙들리기만 하면 아무 걱정 없다. 주님이 그것을 축복하시고,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시고, 그것을 제자들이 다시 나누어 줄 때, 기적은 일어났다-“가지사…축사하시고… 떼어…주시매…주니”(19).
오늘도 이 기적이 내 안에서 우리 가운데서 일어나기를 소원한다. 나의 오병이어를 주님 손에 드릴 수 있기를, 내게 주어진 사랑을 다시 나눌 수 있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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