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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일기 110119 창16장 “하갈의 인생” 본문
말씀일기 110119 창16장 “하갈의 인생”
벌써 오래 전부터 아이를 갖지 못한 사래는 죄인의 심정으로 하루 하루를 산다. 견디다 못해 자기 여종 하갈을 아브람과 동침하게 하기로 결심하고, 그에게 의중을 묻는다. 그녀의 가슴은 얼마나 찢어질까? 둔한 건지, 둔한 척 하는 건지, 남편 아브람은 별다른 고민 없이 그 제안에 따라준다. 당시 있을 수 있는 일이라지만, 기왕에 하나님께서 주신 약속에 100% 부합한 일도 아니니, 조금은 고민해봤어야 하지 않았을까. 결국 불똥은 여종 하갈에게 떨어진다. 하갈은 오직 주인 부부의 필요와 목적을 위해, 사랑과는 아무 관계없이 아브람과 잠자리를 같이 해야 했다.
하갈의 인생은 도대체 무엇인가? 주인 마님 대신에 자신의 몸을 통째로 바쳐 주인 어른의 아이를 낳아주어야 했던 “씨받이”, 그녀의 쓰라리고 복잡한 마음을 내가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지독한 고통과 고독의 밑바닥에서도 차라리 자신의 인생을 위해, 적어도 자기 뱃속 아이의 인생을 위해 좋은 기회라고 여겨서였을까. 아브람이 자기 자식을 품고 있는 하갈을 아껴주었을 것은 틀림없는 일. 시간이 흐르면서 하갈도 종의 경계를 넘어 아브람을 자기 자식의 아버지요, 육신의 낭군으로 여기며 가슴으로 연모하기 시작했을까. 어쨌든 “여종 하갈이 임신하매 그가 자기의 임신함을 알고 그의 여주인을 멸시”(4)하기 시작하였다. 글쎄, 아들이 태어나게 될 지 딸이 태어나게 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하갈이 사래를 얼마나 어떻게 멸시할 수 있었을까? 많은 부분, 사래 스스로 힘들어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주인 사래는 자기가 놓은 덫에 자기가 걸린 것처럼, “멸시” 받고 “모욕”받는(5) 종과 같은 신세가 되어버렸다. 부아가 치밀어 남편 아브람에게 쏟아 부어 보지만, 아브람도 괴로운지라 ‘당신의 종이니 당신 좋을 대로 행하라’고 하며 피해가기만 한다. 독이 오른 사래는 하갈을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학대”하게 되고, 견디다 못한 하갈은 사래를 피해 도망길에 오른다(6). ‘도망자’ 하갈이 “광야의 샘물 곁”(7)에 머물렀다는 것은 그녀의 인생이 얼마나 목마른 인생이었는지를 잘 말해 준다. 결국, 사래, 아브람, 하갈의 ‘애증 복합 삼각관계’ 속에서 평생을 사랑에 목말라 할 한 아이 “이스마엘”이 태어난다. “여호와께서 네 고통을 들으셨음이니라”(11). 고통의 열매요, 고통의 씨앗인 이스마엘.
인간들이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가문이나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욕심을 부리고, 시기하고, 멸시하고, 학대하며, 고통을 당하고 고통을 주며 살아가는 모양이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8)도 모른 채 인생의 광야를 헤매는가 보다. 그나마 감사한 것은 하나님께서 모두로부터 외면당하는, 고통의 최장본인에게 애정을 보여주신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그 인생의 고통을, 그 한계를 싹 걷어가 주시지는 않지만. 하갈에게 “네 여주인에게로 돌아가서 그 수하에 복종하라”(9)고 하셨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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