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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애국심 ‘신선한 충격’

유럽의 바람 2007. 11. 9. 16:39
민쓰 : [미르야 말레츠키의 달링코리아](1) 한국인 애국심 ‘신선한 충격’ [97]
32426| 2007-11-07 추천 : 35| 조회 : 62135

안녕하세요. 미르야 말레츠키라고 합니다. 어디서 왔느냐고요? 러시아? 전혀 아니에요. 그럼 미국? 그것도 아니에요. 저는 독일에서 왔습니다.

 

독일에서 왔다고 하면 ‘와, 독일? 좋겠다!’는 소리 많이 듣습니다. 진짜 좋은 반응밖에 안 들어요. 독일 자동차, 축구, 신발, 아스피린, 독일사람의 일에 대한 열정 등. 독일도 그렇게 좋은 나라만은 아니라는 걸 설명하려고 해도 사람들은 잘 안 믿습니다.

 

처음에 독일인으로 외국에 나갔을 때 약한 무섭기도 했습니다. 독일 역사가 별로 대단하지 않고 많은 사람한테 피해를 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죠. 전쟁을 일으킨 나라라서 우리 나라(독일)는 자랑할 자격이 없다는 걸 어려서부터 학교와 대중 매체에서 똑똑히 배워왔습니다.

 

최근의 예를 들면 일주일 전쯤 한 유명한 독일 여성 방송인 에바 헤르만(Eva Herman)이 한 토크쇼에서 “실은 제3제국(히틀러 치하의 독일)의 가족 정책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밝혔습니다. 이 발언을 한 지 10분 안에 다른 패널들과 말 싸움 나고 MC는 “더 이상 이런 어이없는 사람과는 이야기를 안 하겠다”고 스튜디오에서 쫓아냈습니다. 이제 거의 100년이 지난 전쟁을 떠나서, 요즘 계속 뉴스에 뜨는 네오 나치(Neo Nazi) 사건들 때문에 독일이 자기 역사를 벗어나갈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독일 사람들 ‘우리’나라라는 개념이 없이 사는 나라입니다.

 

한국에 오고 한국 사람의 애국심 보면서 인생 처음으로 애국심 없이 자랐다는 걸 아쉽게 느꼈습니다. 독일의 라디오에는 독일어로 된 노래가 별로 없고, TV에서도 미국 드라마를 더 많이 방송합니다. 대중매체에서 엔터테이너들이 아예 독일 욕을 해야 잘나가죠. 방송에서 독일 칭찬을 하면 다음날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욕을 많이 먹습니다. 게다가 독일 사람들은 자국의 국기를 표시하면 다시 제3제국으로 돌아갈까 봐 국기에 대한 사랑은 별로 없습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 독일 사람들이 거의 60년 만에 뭉쳤는데 신문이나 방송에서 이러면 되는지 안 되는지 활발하게 토론을 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생각해왔습니다. ‘내가 독일인으로 태어나기 위해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어떻게 이 나라를 자랑하지?’, ‘축구대표팀이 월드컵에서 이기는 게 나와 무슨 상관 있지?’, ‘내가 직접 잔디 밭에 나가서 하는 일도 없는데 어떻게 ‘우리’가 이겼다고 외칠 수 있지?’.

 

하지만 한국에 와서 애국심의 좋은 점을 많이 보게 됐습니다. 특히 2002 한·일월드컵 때 통역하면서 경기장도 가고 응원단과도 만나면서 한국 사람의 멋있는 모습을 보고 생각이 많이 변했습니다. 결국 한국에 온 덕분에 모국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아직 자랑할 만큼은 아니지만 한국사람을 통해서 독일 자체를 더 잘 이해하고 독일인이지만 고국에 대해 모르는 점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문화도 언어처럼 먼저 다른 나라문화와 비교해봐야 완전히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가 독일에 대한 사랑을 아직 조금 배워야 할 동안은 그냥 한국 자랑을 하려고 합니다. 왜냐고요? 한국에 대한 사랑이 깊으니까요.

 

 

● 미르야 말레츠키는?

 

▲프리랜서 통·번역가 미르야 말레츠키 ▲독일 출생 ▲미국 저르지아 지역 페리 고등학교 교환학생(1993~1994년) ▲일본 도쿄에서 오 페어(Au-Pair:일반 가정에서 집안 일을 거들면서 언어배우는 프로그램) 참가(1998년) ▲독일 함부르크 대학 한국어과, 본 대학 한국어 번역과 ▲한국 외국어대학교 한국어 과정 수료 ▲‘살인의 추억’ 등 영화 6편과 ‘유리달 아래서’ 등 만화 200여 권을 독일어로 번역 ▲현재 독일 잡지 한국문화담당기자와 한국문학 에이전트로 한·독 ‘가교’로 활동 중 ▲KBS2 인기 예능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 출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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