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찡한얘기

인순이의 눈물의 고백

유럽의 바람 2007. 9. 4. 15:46
[일문일답] 인순이 “중졸이라는 게 창피해 못 밝혔다”
가수 인순이(50·본명 김인순)는 담담하고 차분하게 말했다. 경기도 포천여자종합고등학교 출신으로 알려져왔던 자신의 학력이 잘못됐음을 밝힌 그는 "마치 최면을 걸린 듯 살아왔다.

언젠가 꼭 밝혀야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에서야 용기를 낸 내가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최종학력이 청산중학교 졸업으로 밝혀진 인순이는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신뢰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다음 날인 9월 4일이 "2년 전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기일"이라고 밝힌 그는 "동정은 받고 싶지 않다. 매를 맞아야된다면 달게 맞겠다. 항상 '많이 못배우게 해 미안하다'고 했던 우리 엄마의 마음이 슬프게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은 인순이와의 일문일답.
 
―포천 여자종합고등학교 출신으로 알려져왔는데.

"나는 학교를 많이 다니질 못했다. 가정 형편상으로는 다닐만큼 다녔다고 생각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중졸이다. 포천여자종합고등학교는 입학 시험이 있던 날 등록금도 없고 형편이 정말 어려워 교문 앞까지 갔다가 펑펑 울면서 돌아왔다."
 
―그동안 자신이 포천여고 출신이라고 프로필에 나와있다는 점을 알지 않았나.

"알고 있었다. 사실 외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는 '고등학교도 나오지 못했다'고 몇차례 밝혔던 적이 있다. 그런데 옆에있던 (당시 친하게 지낸) 한국 기자분들과 제작 관계자들이 '꼭 그런것 까지 밝힐 필요는 없지 않냐'고 몇차례 만류했다. 그러면서 내 자신이 고졸인것처럼 포장되고 최면에 걸린 것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왔던 것 같다. 최면에 걸린 것처럼…. 참 무서운 일이다."
 
―어느 정도 형편이었나.

"아마 이것도 다 변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다. 동정받고 싶은 마음은 없다. 중학교 졸업장도 수업료를 다 못내서 노래하는 일을 시작하고 한참 뒤에야 뒤늦게 찾아왔고, 중학교 시절엔 여름방학이 되면 1학기에 썼던 책을 팔아서 가족들이 며칠 그 돈으로 끼니를 때우고 할 정도였다. 특히 어머니와 이모, 13살 어린 여동생을 내가 가장으로서 부양해야했기 때문에 고등학교를 가는 것은 스스로 포기하게 됐다."
 
―좀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나에게 바깥에 나가는 것은 항상 불안한 일이었다. 집에는 어머니와 동생이 있고, 피부색도 달랐고 아마 고등학교를 나왔어도 평범한 직장을 갖는 것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인터뷰마다 가수가 되지 않았다면 수녀님이나 간호사가 꼭 됐을 거라고 얘기했었다. 최근에 전주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중학교 2학년 때의 영어 선생님을 모셔놓고 공연을 한 적이 있었는데, 목이 메어서 '거위의 꿈'을 절반도 다 못 부르고 눈물이 범벅이 됐다.

학창시절 그 영어 선생님이 결혼식을 하신다고 해서 중학교 시절 포천 백의리에서 서울 수유리까지 아이들끼리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는데, 나는 버스비가 없어 고민하다 가지 못했다. 1학기 책을 팔아 당시 돈으로 큰돈이었던 500원을 만들어서 결혼식을 갈 여비를 몰래 마련하긴 했는데, 가족들 생각에 끝내 가지 못했다.
 
―입학 시험을 아예 보지 않고 학교를 다니지 않은 건가.

과거는 다 아름답다고들 한다. 지금은 웃으며 담담하게 얘기하지만, 엄마에게 학교를 가겠다는 얘기를 못했다. 시험보는 날 뻔히 알고 알면서도 갔다가 그대로 돌아왔다. 학교 다니기 위해서 엄마를 고생시키는 것도 가슴이 아팠고, 그럴 형편도 되지 않았다. 집에 있으면서 집안일도 돕고 동네 크고작은 일을 하며 집안을 도와 꾸렸다. 그러다 19살쯤 당시 제작자에게 발탁돼 노래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다른 학교가 아닌 포천여고로 잘못 알려진 것은 내가 경기도 포천 인근에서 어린시절부터 계속 살아와서 사람들이 포천여고를 나왔겠거니 하고 추측했던 것 때문인 것 같다. 그 사실이 잘못 알려지고 내가 일부러 수정하지 않으면서 사실인 것처럼 굳어진 것 같다."
 
―최근 학력위조가 사회적인 논란이 되면서 '밝혀야 겠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나.

"왜 안했겠나. 단지 다른 유명인들은 유명한 대학이나 외국 대학원을 속인 것인데, 나는 그것도 아닌 '고등학교 졸업을 속이고 살아왔구나' 생각하니 스스로 서글퍼졌다. 얼마나 불쌍하게 보여야되나, 동정표를 받아야 되나 싶은 생각은 없다. 그저 내 생각이 그랬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밝혀야지' 생각했는데, 이렇게 때가 온 것 같다. 사람들을 속이고 신뢰를 잃어버릴만한 행동을 내가 했다는 것이 스스로 가슴이 아프다."
 
―학력을 수정할 계획인가.

"당연하다. 이유를 막론하고 죄송하다. 4일이 공교롭게도 돌아가신 우리엄마 기일인데, 기일을 하루 앞두고 이렇게 털어놓게 돼서 한편으론 다행이고 한편으론 많이 슬프다. 성당에서 어머니를 위한 미사를 지내고 장애자를 위한 특별 생방송 프로그램 출연 이후에 집에와서 가족들과 제사 음식을 준비하려고 한다. 나를 공부 많이 못시켰다고 돌아가시면서까지 내게 '공부 많이 못시켜 미안하다'고 했던 우리 엄마가 하늘나라에서 더 마음 아프게만 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 자극적이지 않게, 그저 담담하게 써달라.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몫만큼 달게 받겠다. 날 아는 많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

김성의 기자[zzam@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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