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바람 하늘 바람
인디언 이야기 본문
집사님, 잘하고 계실 줄 알고 있었어요. 빨리 만나고 싶군요. 절대 뉴욕 근처로는 가지 마세요. 정말 가슴 아픈 일들이 계속 일어나 안타까워요.
멕시칸 이야기를 해 주시니, 아메리카 본토에 살다가 지금의 미국인들인 백인들에게 죽음 당하거나, 쫓겨난 인디언들이 생각나네요.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하는 책에 나오는 글을 부분적으로 소개해 드릴께요. 인디언들이, 자신들이 멀쩡히 잘 살고 있는 땅을 신대륙이라고 하며 하나씩 정복해 들어 왔던 백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형태로 되어 있지요.
"...위대하고 훌륭한 백인 대추장은 우리의 땅을 사고 싶다는 제의를 했다. ...우리로서는 무척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어떻게 우리가 공기를 사고 팔 수 있단 말인가? 대지의 따뜻함을 어떻게 사고 판단 말인가? ... 부드러운 공기와 재잘거리는 시냇물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으며, 또한 소유하지도 않은 것을 어떻게 우리로부터 사들이겠단 말인가? ... 우리는 워싱턴의 대추장, 그 문명인이 우리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함을 안다.... 어머니인 대지와 맏형인 하늘을 물건처럼 취급한다. 그의 욕심은 대지를 다 먹어 치워 사막으로 만들 것이다....사람이 땅을 파헤치면 곧 그들 자신의 삶도 파헤치는 것이 된다. 대지는 인간의 소유물이 아니며, 인간이 오히려 대지의 소유물이다. 당신들이 온 이후로 모든 것이 사라졌다. 이제 삶은 끝났고, '살아남는 일'만이 시작되었다. 이 넓은 대지와 하늘은 삶을 살 때는 더없이 풍요로웠지만, '살아남는 일'에 있어서는 더없이 막막한 곳일 따름이다....필요한 만큼만 갖는 것, 그것이 자연의 이치다. 사슴 사냥을 할 때도 가장 훌륭하고 멋진 놈을 잡아선 안 된다. 그 중 작고 느린 놈을 잡아야지. 그러면 사슴들은 더욱 강해지고, 그래서 늘 우리에게 고기를 마련해 주게 되지. ... 그런데 꿀벌만이 저한테 필요한 것 이상을 모아둔다. 그러니까 결국은 곰이나 사람한테 꿀을 빼앗기고 말지. 인간들 중에도 그런 자가 있다. 제 몫 이상을 저장하고 저 혼자만 잘 먹고 지내려는 자들이지. 결국은 빼앗기기 마련이야. 그 때문에 전쟁도 하게 되고,...우리 할아버지는 말이 갖고 있는 의미보다 그 말이 갖는 '소리'를 더 높이 치셨다. 다시 말해 어떤 말이 어떤 의미를 지녔느냐 보다는 그 말이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었느냐에 더 관심이 있으셨다. 할아버지는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끼리라도 음악소리를 들을 때는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 얼굴 흰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난 뒤 어리석은 우스갯소리를 돌아가면서 한 마디씩 떠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소위 문명인들의 방식에는 우리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그들은 뭐든지 글로 기록하며, 그래서 항상 종이를 갖고 다니다. 도대체 왜 그들은 무엇이든지 종이에 적어 놓으려고 하며, 또 그렇게 하는 것이 무슨 쓸모가 있을까? 문명인들이 나타났다 하면 항상 종이에 적는 일이 시작된다. 우리가 설탕이나 차를 사러가도 백인 장사꾼은 장부에다 열심히 기록한다. 의사들까지도 환자가 옆에 앉으면 종이에 뭔가를 기록하려고 연필부터 집어든다... 인디언은 종이에 기록할 필요가 없다. 진실이 담긴 말은 그의 가슴에 깊이 스며들어 영원히 기억된다. 그러면 인디언은 결코 그 것을 잊는 법이 없다. 반면에 문명인들의 경우는 한번 서류를 잊어버렸다 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심지어 어떤 목사는 설교하기를, 위대한 책 속에 기록되지 못한 사람은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고까지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문명인들의 학교를 마다하는 이유가 있다. 학교를 세우면 문명인들은 교회를 세우라고 가르칠 것이다. 그리고 교회는 끝없이 하느님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가르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곳 네즈 페르세 인디언 주거지역에서도 마찬가지이듯이 어느 곳엘 가나 가톨릭은 개신교와 끝없이 싸운다. 우리는 그런 걸 원치 않는다. 우리는 이 땅에 있는 걸 갖고는 가끔 다투기도 하지만, 위대한 정령에 대해선 건드리지 않는 법이다. ..."(류시화 옮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
문자에 매달리지 말고 마음으로 느끼고 읽어야 할 글인 것 같아요. 열심히 공부하는 집사님, 미국에서 많은 경험을 하고 있는 집사님의 삶에 초를 칠려는 것이 아닌 줄 잘 아시죠? 미국의 역사를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구요, 그것은 미국에 대해서 더 많이 알 수 있게 해 줄테니까요. 그러나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험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우리 자신을 성찰하는데, 중요한 시사를 주는 것 같아서요. 하여간 옳고 그름을 떠나서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인디언들과 좀 더 친해질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좋았어요.
건강하시고, 언제나 주의 사랑에 감사하고 찬양하는 삶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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