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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문화 창조를 위하여 본문
생명문화 창조를 위하여
교회는 언제나 어떤 모양으로든 문화 속에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교회는 그 문화를 누릴 뿐만 아니라, 문화를 구속할 책임, 즉 생명의 문화를 창조해 가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문화의 차원에서 한국 교회가 당면한 문제는 한 마디로 정리하면, 토착화(전통문화와의 관계)와 세속화 문제(대중문화와의 관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한국교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나님의 문화 명령은 한 마디로 생명문화 창조요, 예수의 사역 또한 생명문화 창조였다.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 사건은 세상의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시는 사건이었다.
예수의 뒤를 따라 한국교회가 생명문화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첫째로 ‘공존’의 방법을 더욱 열심히 체득해야 한다. 기독교 문화의 창달은 자기를 채움으로써 보다는 자기를 비움으로써 더욱 손쉽게 성취할 수 있다. 이것은 단지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예수가 우리에게 보여주신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과거에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에도 여러 종교가 어울려 살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이런 조건을 감수하고, 아니 오히려 그 덕분에 지구촌 사회에서 지구인의 열린 규범을 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로, 교회는 통일 한국의 시대를 상정하면서 열린 문화를 창조해 나가야 할 것이다. 6.25전쟁의 뼈아픈 역사적 체험을 신학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분단과 분단 이데올로기의 고착 때문에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아픔을 경험하고 있는가? 오랜 분단으로 갈라지고 찢긴 우리 민족에게는 남쪽 문화와 북쪽 문화 간의 만남과 대화는 필수 불가결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교회는 지역과 인종과 계층을 초월해 ‘살림’의 문화를 만들어 가셨던 예수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 편견과 오만을 버리고,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가야 한다.
셋째로, 기독교가 ‘민족의 종교’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의 전통 문화와 만나는 일이 불가피하다. 전통문화를 일체 미신으로만 간주하는 태도로는 복음의 성육신을 기대할 수 없다. 먼저는 내용적으로 우리의 전통문화 속의 생명사상을 찾아 낼 수 있어야 하겠고, 형식에 있어서도 민족 고유의 좋은 양식들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문화의 고유한 특성과 가치가 재평가되고, 재개발되어야 한다.
넷째로, 한국 기독교는 진정한 의미에서 한국의 전통적 종교문화를 변혁해야 한다. 기독교의 특유한 초월의 문화-현세 긍정적이면서도 현세에 묶이지 않는 진정한 초월의 문화를 이 역사 속에 심어야 한다. 문화와 교회의 관계는 인식론적인 관점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교적인 관점과 윤리적인 관점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다섯째로, 한국 기독교는 젊은 세대를 품을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현재에 이미 와 있고 미래에 더욱 중요시 될 문화에 대해 적절한 응답-수용과 비판적 대응-이 있어야 한다. 전통적 의례들을 대체할 대안적 의례의 계발이 필요하고, 젊은 세대의 종교적 영성을 일굴 수 있는 새로운 전례를 계발해야 한다.
결국 생명문화의 창조를 위한 최소한의 기본전제는 대화이다.
대화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생명의 대화(the dialogue of life)로서, 다른 문화를 향하여 이웃 사촌적인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함께 공존 상생하는 존재의 대화이다. 둘째는 행동의 대화(the dialogue of action)로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긴급한 문제들인 평화와 생태학적 보존, 그리고 인구 폭발과 기아 문제 등을 중심한 연대적인 대화의 차원이다. 셋째로는 종교 경험의 대화(the dialogue of religious experience)로서 서로 다른 종교 간에 서로의 경험과 영적 가치들을 교류하고 나누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이 대화의 능력을 키워가야 한다. 여기서 생명문화의 창조가 시작될 뿐만 아니라, 진정한 ‘선포’도 가능하게 된다. 대화에 최선을 다하며 복음선포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복음 선포에 성실을 다하면서 대화를 선포와 별개로 여기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하나 한국 교회가 생명문화의 주체로 서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공동체성의 회복이다. 문화는 함께 소비되는 것이며, 또한 함께 창조되는 것이다. ‘따로 국밥’으로, 개인주의로, 개교회주의로는 생명문화 창조는커녕 허탄한 소비문화와 물량주의 문화에 빠져들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공동체 의식을 회복해야 한다. 여기서 생명문화는 시작되고 계속되어 갈 것이다.
(2000년, 손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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