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일기

말씀일기 130420 시39편 ‘재갈과 소금’

유럽의 바람 2013. 4. 22. 05:14

 

악인을 입으로 이기려 해서도 안 되고, 이길 수도 없다(1).

그걸 아는 시인은 입을 다물다 못해 선한 말도 하지 않고,

그러다 보니 아픔만 더 깊어 갔다(2).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치 솟는 열기를 참을 길 없어

결국 그의 입은 주님을 향한다.

인생이 한 줌 연기와 같고(5), 한 조각 그림자 같다며(6)

오직 주님께만 소망을 둘 수 밖에 없다고 고백한다(7).

 

그렇다고 주님께만 입을 열고 지낼 수는 없다.

다윗이나 야고보는 공히 신앙 행위의 주요 요소로 말을 꼽는다.

말은 사실 지극히 작은 몸짓의, 행위 같지 않은 행위이다.

그러나 그 영향력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엄청나게 크다.

 

일상에서 침묵과 대화의 적절한 조화가 쉽지 않다.

사실, 적지 않은 경우 말로 해결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들은 말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악인들은 결코 말로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한편, 침묵이 가장 무서운 비수일 수 있다.

상대만이 아니라 자신을 찌르기도 하니까.

 

분노와 헛된 자랑에는 입을 다물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데 입을 열어야 한다.

입 단속이 중요하다는 것은, 결국 따지고 보면

입을 잘 열기 위함이 아닌가?

 

힘들지만 시인도 입을 열어 악인을 축복했으면 어땠을까?

물론 쉽게 악인이 선인 되어 돌아오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의 근심이 더 심해지(2)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오늘 온 교우들과 함께 자연 속으로 나가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맑은 햇살 아래 두런두런 둘러 앉아 봄 바람을 맞으며,

시시콜콜 주절주절 깔깔거릴 수 있어서 좋았다.

재갈을 물렸으면 좋았을 순간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함께 입을 열어 소금 치듯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형제가 함께 실컷 웃고 떠드니 이 얼마나 선하고 아름다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