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일기

말씀일기 130101 에1장 '화려한 잔치의 끝'

유럽의 바람 2013. 1. 2. 05:09

반년 가까이나 계속된

화려한 왕궁 잔치의 끝은 비극이었다.

전쟁에선 능히 싸워 이겼을 남자들이 옹졸하기 그지없다.

참아주면 될 것을, 덮어 주면 될 것을,

왕비를 사랑했다면 왕이 직접 가볼 수도 있었을 것을,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상 머리에 앉아 극단적 결정을 내린다.

 

세례 요한의 머리를 베어야만 했던 헤롯의 잔치처럼,

아하수에로 왕의 잔치도 비극의 현장이 되었던 것은

바로 거기에 권위주의가 있고,

그에 빌붙은 악한 음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 다행인 것은 전혀 다른 왕이 계셔서이다.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상을 베푸시는 왕.

나에게로 먼저 다가와 주시고,

때로는 나를 업어서라도 데려 가시고,

나를 대신해서 죽음까지도 감당하신 왕.

 

왕궁의 요란함과 화려함 속에 계시지 않고,

들판의 고요한 기다림 속에,

소박한 나눔과 헌신 속에 계신 왕.

 

이 최고의 왕을 모시고 2013년 새해를 시작한다.

떡과 고기 몇 조각으로도

나눔이 있어 행복했던 빈들 왕국’(6)의 기쁨과 감사가

우리 가정과 교회에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소박하게 시작하지만, 그 끝까지

세상이 알 수 없는 넉넉함과 평화를 누리며 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