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일기 111104 신22장 '못 본 체하지 말라'
“네 형제의 나귀나 소가 길에 넘어진 것을 보거든 못 본 체하지 말고
너는 반드시 형제를 도와 그것들을 일으킬지니라”(4).
형제의 소나 양이 길 잃은 것을 보면 못 본 체하지 말고 형제에게 끌어다 주는 것(1)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 아닐까? 그 형제가 집이 멀거나 집이 어딘지 잘 모를 경우 일단 자기 집으로 끌고 가서 묶어 두었다가 나중에 돌려 주는 것(2)도 당연한 일이고, 짐승뿐만 아니라 의복 등 형제가 잃어버린 그 어떤 것이라도 습득하게 되었거든 모르는 척 하지 않는 것(3)도 당연한 일이며, 형제의 짐승이 길에 넘어진 것을 보았다면 함께 도와 일으켜 주는 것(4)이 너무도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런데도 이런 세세한 규례가 있는 것을 보면, 이스라엘 공동체 내에서 못 본 체하는 일이 왕왕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오늘 날에도 못 본 체 외면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남의 허물은 어떻게든 들여다 보고 떠들어 대려고 하지만, 남의 곤란은 외면하려고만 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이유로 형제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경우들이 많고, 잠재되어 있는 욕심 때문에 우연히 자기 손에 들어온 형제의 소유를 모른 척 덮어두고 내 것으로 삼기도 한다.
사람이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이 세상과 자연세계를 외면하지 않고 잘 들여다 볼 수만 있다면, 하나님의 마음에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나님은 말씀하시는 하나님이시고, 또한 ‘살펴 보시는 하나님’(신11:12)이시다. 더구나 어렵고 연약한 자들은 더욱 세심하게 보살피신다. 어미새와 새끼를 아울러 취하지 말라는 규례(6-7)도, 새 집을 지을 때 지붕에 난간을 만들어 사람이 떨어지지 않게 하라는 규례(8)도, 포도원에 두 종자를 섞어 뿌리지 말라는 규례(9)도, 소와 나귀를 같이 밭 갈게 하지 말고 양털과 베실로 섞어 짠 옷을 입지 말라는 규례(10-11)도 모두가 사람과 동식물을 망라하고 약한 자들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돌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에서 나온 것들이다. 인간의 욕심은 언제나 약자들을 더 힘들게 하는 쪽으로 발현되니 이런 것들을 끊어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유홍준 교수가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라는 책에서, 조선 정조 때 문인 유한준 선생의 말을 인용해서 던진 한 마디가 떠 오른다. “사랑하게 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이고, 그 앎은 사랑에서 오는 것이니, 요컨대 ‘사랑으로 보라’는 것이다. 내 형제들, 내 이웃들 외면하지 않고 바로 쳐다보는 것이 참 인식의 출발인 것이다. 어쩌면, 요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의 소셜 네트워크가 세상 속에 힘있게 자리잡는 것도 ‘외면하지 말고 (함께) 바라보라’는 하나님 명령이 다른 형태로 실현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주님, 오늘도 내 눈을 뜨게 하소서. 무뎌진 내 영혼의 눈에 형제와 이웃이 크게 보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