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일기

말씀일기 110525 막6장 “왕궁의 잔치, 빈들의 잔치”

유럽의 바람 2011. 5. 26. 06:18

말씀일기 110525 6  왕궁의 잔치, 빈들의 잔치

 

마가는 벌써 전에 있었던 세례 요한의 죽음 사건을 의도적으로 이 곳에 기록함으로써(17-29), 독자들로 하여금 이어서 나오는 5병 이어 기적 사건과 비교해서 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내 눈에는 분명 그렇게 보인다. 극명하게 대조되는, 죽음의 잔치와 생명의 잔치.

 

아이러니하게도 죽음의 잔치는 많은 고관대작들이 모인 왕궁에서 벌어졌다. 그것도 헤롯 왕의 생일 날. 헤로디아의 딸이 춤을 아름답게 잘 춘 것이 문제였을까? 어떻게든 세례 요한을 죽이려고 기회를 엿보던 헤로디아가 문제였을까? 그러나 결국 문제의 핵심은 왕에게 있었다. 온갖 악한 음모들이 횡행하는 곳이 왕궁이고, 그 자리 한 가운데 있는 것이 왕 자신이었음에도, 그는 술 취해서였는지 애초에 그런 지혜가 없어서인지 괜한 맹세를 한다. 무엇이든지 네가 원하는 것을 내게 구하라 내가 주리라내 나라의 절반까지라도 주리라(22-23).

 

헤롯의 이 말은 생일잔치에 모인 귀족들을 향해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고자 던진 한 마디였다. 사실, 세상을 호령하는 왕이라면 한번쯤 호쾌하게 웃으며 던져 볼 수도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한 마디가 문제가 되었다. 어떻게든 한 사람을 죽이려고 벌써부터 마음 먹고 있는 여자가 거기 있었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말은 그렇게도 무거운 것이다. 빌라도가 예수께서 죄 없음을 알고도 무리들 때문에 주님을 십자가에 내어주었듯이, 헤롯도 세례 요한이 의로운 자라는 것을 알고 심지어 그의 말을 번민 중에도 달게 들었음에도(20), 결국 주위 사람들의 이목 때문에 세례 요한을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어처구니 없는 죽음으로 내 몬 것이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져 있는 왕궁의 잔치가 죽음의 잔치였다면, 그저 떡 다섯 조각과 물고기 두 마리 밖에 없었던 빈 들(35)은 최소 만 명 이상(장정만 오천 명)이 함께 나누어 먹고도 남은 것이 12 광주리에 가득했던, 잔치 중의 잔치, 생명의 잔치였다. 진정한 왕이신 예수께서 거기 계셨기에. 감사가 있었고, 섬김과 나눔이 있었기에.

 

나는 오늘 특히 두 아이에게 관심을 집중하게 된다. ‘살로메라고 했던가(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에 의하면, 헤로디아의 딸의 이름은 살로메였다). 아직도 피가 채 멎지 않은, 세례 요한의 잘린 머리가 담긴 소반을 받아 들고 어머니에게 가져다 준 이 소녀. 그리고, 오늘 마가복음에는 등장하진 않지만 병행구인 요한복음 6:9 에 나오는 한 아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오병이어’(아마도 도시락)를 예수님께 드리고, 예수님은 그것을 들어 축사하심으로 온 들판이 함께 나누어 먹고 마시는 축제의 자리가 된 것을 본 아이. 이 두 아이의 미래는 어찌 되었을까? 이들의 내면의 세계와 성장 과정, 그리고 어른이 된 이 후의 삶들이 어떻게 펼쳐져 갔을 지잘 써 보면 위대한 소설 되지 않을까?

 

오늘도 나의 하루의 삶은 생명의 축제가 되기를 기도한다. 소소한 것에 행복해 하고, 순간 순간에 만족을 누리며 사는아무 것 없어도, 주님 주신 손과 발로 걷기만 해도, 뛰기만 해도 놀랍게 다가오는 천국을 경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