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일기 110505 출29장 “그 날”
말씀일기 110505 출29장 “그 날”
”네가 그들에게 나를 섬길 제사장 직분을 위임하여 그들을 거룩하게 할 일은 이러하니……”(1-2).
1993년 4월 14일,
목사로 임직하던 날이 떠오른다.
그 때 사용했던 성경 갈피에 아직도 꽂혀 있는 그 날의 순서지.
안수 받는 자들에게 주시는 말씀은
요한복음 10장 11-15절 본문의 “나는 선한 목자라”는 제목.
한 쪽 면에는 설교 핵심을 받아 적어 놓은 흔적이…
선한 목자는
1) 아름다운 인격을 소유한 자-먼저 사람이 되라.
2) 앞서가는 자-모든 일에 솔선수범
3) 영력을 소유한 자-말씀, 기도, 성령
4) 기름진 꼴(생명의 꼴)을 주는 봉사의 일꾼
5)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자-‘버리는’은 현재 시제, 계속 버리는 삶.
소개, 서약, 안수 기도, 악수례, 선포, 가운 착용, 권면, 답사,
안수증 수여 및 축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순서.
그리고, 마지막 결단 찬송 “너 주의 사람아”
“너 주의 사람아 헛된 일 버리고 마음과 뜻과 힘 다해 왕의 왕 섬겨라.
너 주의 사람아 그 날을 기다려. 죄악의 밤을 보내고 새 아침 맞으라.
너 주의 사람아 교회는 부른다. 할 일이 많고 많으니 다 나와 일하라.
너 주의 사람아 충성을 다하여 십자가 높이 쳐들고 발자취 따르라.”
안수 기도 시간에 강단에 엎드려 온 몸을 떨며 얼마나 울었던가.
하지만, 그 날을 결코 잊을 수 없는 것은 그 때문만은 아니다.
안수식에는 가족들은 물론, 교회에 처음 나간 고등부 시절 나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
김순영 권사님께서 서울서 그 먼 곳 울산까지 내려오셨다.
늘, “교훈아” 불러주시던 권사님이 목사 임직 후 바로 “목사님!”하고 부르실 때,
나는 정말 몸 둘 바를 몰랐다.
선생님을 모시고 가족들과 기념 촬영을 한 후,
점심을 먹으러 교회 봉고차를 몰고 한 식당으로 가는 길이었다.
차선을 변경하다가 한 차와 시비가 붙게 되고,
결국 상대방이 차를 가로 막아 세우고는 운전석에 앉아 있는 내 멱살을 잡고,
질세라 내 입에서도 험한 말이 쏟아져 나오고…. 그야말로 가관.
아버지가 차에서 급히 내려 그 아저씨에게 거듭 사죄하여 사태는 겨우 수습되고.
그렇게 나는 목사로서 첫 날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이 제사장을 세우는 일에 속죄제, 번제 등 각양 제사를 다 드리고,
“이레 동안 제단을 위하여 속죄하여 거룩하게”(37)했던 걸 생각하지 않더라도,
목사로서 나의 시작은 추하기 그지 없는 것이었다.
어디 그 날 만이었나, 사역의 시간들을 돌아보면 부끄러운 날들의 연속이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오늘 내가 이렇게
목사로 서 있을 수 있을까?
떨며 감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