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일기

말씀일기 110113 창11장 “바벨탑 그리고 마가 다락방”

유럽의 바람 2011. 1. 14. 01:38

말씀일기 110113   11     “바벨탑 그리고 마가 다락방”

 

바벨탑 이야기를 대하면, 나는 마가 다락방에 임했던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2)을 떠올리게 된다. 바벨탑에서도, 마가 다락방에서도 똑같이, 어느 순간 불가항력적으로 다른 언어를 쓰기 시작했다. 바벨탑에서는 그것이 언어의 혼잡(7, 9)이어서 더 이상의 소통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마가 다락방에서는 다른 언어가 오히려 다른 지방에서 온 사람들과의 소통의 통로가 되었다.

 

바벨에는 인간의 결연한 의지가 있었고, 열심이 있었고, 서로 간의 끈끈한 협력도 있었다. 과학 기술적인 진보도 있었다(3). 그 자체로 나무랄 데 없는 일이다. 아니 박수 쳐 줘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방향이 틀렸고, 목적이 틀렸다. 바벨탑은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4)자고 하는 인간들의 끝없는 욕심이었다. 그것은 아담과 하와가 따먹은 선악과의 변형된 형태가 아닐까.

 

마가 다락방에는 인간의 그 어떤 과학 기술의 힘도 과시되지 않았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하나님 앞에 무릎 꿇은 사람들만 있었다. 그들은 함께 있었지만, 그렇다고 ,”(3, 4) 우리가 해 보자 하는 그 어떤 선동도 슬로건도 없었다. 그저 하나님의 은혜를 기다릴 뿐이었다.

 

문제는 내가 마가 다락방보다는 바벨탑으로 고개를 돌리는 경우가 많지 않나 하는 것이다. 노골적인 두 갈래 선택 길에서는 다락방을 손짓으로 가리키고 또 그리로 발걸음을 옮기면서도, 못내 바벨탑을 지워내지 못하고 있는 나는 아닌지. 기왕이면 큰 게 좋고, 빠른 게 좋고, 편한 게 좋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힘들 때가 많다. ‘긍정의 힘, ‘목적이 이끄는 삶도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거 아닌가 생각하며 힘들어 하기도 한다. 진짜 힘든 것은, “만일 내가 바벨탑도 못 쌓으면서, 그렇다고 마가 다락방 근처에만 맴돌고 있고, 그래서 죽도 밥도 아닌 거라면…” 하는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주님, 오늘도 다시 한 번 용기를 주소서. 거대한 바벨탑을 경고하시고, 작은 마가 다락방을 축복하신 당신을 끝까지 사랑하고 따라갈 수 있는 믿음을 주소서. 오늘도 내 발걸음이 다락방으로 향하게 하소서. 오직 위로부터 내리시는 성령의 충만함을 받(2:4)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