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맹글

독일의 성탄절

유럽의 바람 2006. 12. 24. 08:46
   
신망애 독자방
 
 
서문
성탄을 준비하셨습니까? (김세범 목사)
[코스타리카] 비록 눈이 없는 성탄절이지만... (최용식 선교사)
[몽골] 한국동요로 시작된 첫 번재 성탄절 밤 (왕충은 선교사)
[러시아] 1월 7일에 드려지는 성탄예배 (변상대 선교사)
[멕시코] 크리스마스 트리와 함께 오는 성탄절 (장덕인 선교사)
[독일] Frohe Weihnachten! (손교훈 목사)
[아프가니스탄] 예수의 깃발이 든든히 세워질 성탄을 기대하며 (김경건 선교사)
[태국] 태국의 성탄절 문화 (김은빈 선교사)
[아제르바이잔] 성탄절이 뭐에요? (김수가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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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교훈 목사 (독일)
 

요란한 폭음과 밤새 터지는 폭죽을 보며, 새벽녘 골목마다 깔려있는 화약 냄새를 맡으며, 독일의 연말연시 분위기에 휩싸여 어리둥절 이곳 생활을 시작했던 저희 가족은 이제 1년 여의 세월을 지내고 독일 최대 축제인 성탄절을 앞두고 있습니다.

 

독일의 성탄은 한 해 교회력의 첫 절기입니다. 이 성탄은 4주간의 대강절로부터 시작됩니다. 대강절 첫 주일에는 초 하나, 둘째 주일에는 초 둘... 마침내 초 네 개를 켜고, 이어 성탄을 맞는 것입니다.

 

대강절이 시작될 무렵, ‘성탄장터(Weihnachtsmarkt)’라고 해서 성탄관련 물품들만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공식 성탄 상점이 도심 복판 큰 길거리에 펼쳐집니다. 함부르크 시청 앞 광장에도 벌써 성탄 장터가 서서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거립니다. 각 교회에서는 예수님을 생각하게 하는 수준 높은 음악회와 연극 공연 등이 이어집니다. 학교에서도 수업 시간에 예수의 탄생과 생애에 관하여 공부하고, 함께 성탄 선물, 카드 등을 만들기도 합니다. 큰 아이도, 작은 아이도 아이들과 함께 성탄 관련 작품 활동을 하고 왔습니다.

 

대강절 기간의 촛불을 켜기 풍습에서는 ‘성도가 어둠과 싸워 이긴다’고 하는 신학적인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밤이 깊을수록 새벽이 가까웠다는 것을, 그 새벽을 여는 빛이 예수께로부터 온다는 것을 상징적인 행위들을 통해 몸으로 확인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어둠을 이기는 새 빛 “참 빛 곧 세상에 와서 각 사람에게 비취는 빛이 있었나니(요1:9)”의 탄생, 참 빛의 오심이 성탄절인 것이지요. 가장 조용한 그러나 가장 큰 혁명.

 

제가 듣기로는 촛불 켜는 풍습은 덴마크에서 왔고, 산타 클로스 이야기(여기서는 성 니콜라우스)는 노르웨이에서 왔으며, 장화에 선물을 넣는 전통은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초기 교황청은 예수 명절을 각 민족의 대명절과 같은 날은 아니되, 근처 날로 잡아놓도록 명했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시간이 지나면서 예수 명절이 토속 명절을 대치하여 사실상의 대명절로 자리 잡게 되리라는 판단에서였습니다. 이것은 한 민족의 문화를 무시하고 예수의 영향력이 전반적으로 자리잡게 하기는 어려웠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 같은 ‘문화적 수용’은 예수가 온 유럽을 지배하는 효과적인 통로가 되기도 했지만, 역으로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의 의미를 흐리게 하는 길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유럽 상황 속에서 성탄은 싫든 좋든 각국의 문화와 풍습들과 철저히 연관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성탄에는 거의 빠짐없이 각 가정마다 성탄 트리를 자체로 제작해서 설치하는데, 이때는 진짜 전나무들을 사용합니다. 이 전나무 트리 전통은 종교개혁자 루터가 가족들에게 성탄의 기쁨을 전달하기 위해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전나무에 무슨 특별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전나무였기 때문인데, 이제는 성탄 트리는 꼭 전나무여야 되는 것처럼 되었다는 것입니다.

 

성탄절에 미국에서는 보통 칠면조를 먹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는 주로 오리(집오리가 아니라 일종의 철새 기러기 같은 종류)나 잉어를 먹습니다. 거기에 무슨 특별한 신학적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명절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좋은 것을 먹어야 한다는 단순한 데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독일 성탄절의 특징은 ‘가족과 함께’하는 축제입니다. 흩어져 지냈던 가족들도 성탄절만큼은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누고 사랑을 나눕니다. 성탄 전야와 25,26일은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서 그야말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가족 없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성탄절이 가장 견디기 힘들고 외로운 시간이지요.

 

교회도 오래간만에 출석하는 교우들로 한 해 가운데 가장 미어지는 때입니다. 혹 교회에 나오지 않는 사람들조차도 이 성탄 명절을 가정에서 빠뜨리지 않고 지킵니다. 기독교의 지배력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

 

또 성탄절에는 ‘선물’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가장 큰 선물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 아닙니까? 바로 그 선물 때문에 기뻐하는 때가 성탄절이구요. 그래서 여기 대강절 풍습 중에는 아이들이 종이, 헝겊, 천, 플라스틱 등으로 특별 제작된 ‘대강절 달력’을 매일 보면서 하루 하루 날짜를 뜯어갈 때마다 그 안에 담겨있는 사탕, 껌, 과자, 초콜릿 혹은 놀이공원 티켓 등, 각종 이벤트성 선물을 받으며 기뻐하며 보냅니다. 어린이들에게는 정말 행복한 시간이지요.

 
 

한국교회 성탄절은 요란한 연말 분위기에 뒤섞여 예수 탄생, 예수 오심의 의미보다도 루돌프 사슴과 산타클로스가 더욱 강조되는 분위기지요. 이제 저는 개신교의 본 고장에서 독일인들이 느끼는 성탄의 의미, 그 기쁨의 강도 등을 몸으로 겪어볼 수 있겠지요. 대대적이고도 잘 짜여진 성탄 분위기만큼이나 하나님 사랑에 대한, 그리스도 예수에 대한 고백도 풍성하고 분명한 축제를 경험하고 싶습니다.

 

마가복음 6:14-44절에 보면, 헤롯의 잔치와 예수님의 빈들 잔치가 대조적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헤롯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잔치에는 각종 행사와 좋은 음식, 춤, 노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잔치는 마침내 부당하게 세례 요한의 목을 베는 ‘피의 축제’가 되고 말았습니다. 한편 들판에는 많은 무리들이 있었지만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았습니다. 돈도 부족했고, 화려한 노래도, 춤도 없었습니다. 단지 한 어린이의 헌신(요6:9)에 따른 물고기 두마리와 떡 다섯 조각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참 왕이신 예수님이 함께 계셨기에 마침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수 만 명이 함께 나누어 먹고도 남을 것이 있는, 가장 풍성하고 행복한 ‘빈들의 잔치’가 된 것입니다.

 

조용히! 가족과 함께!! 그리고 무엇보다도 예수님과 함께!!! 그 때 빈 들판이 하늘나라 잔치 자리로 바뀝니다. 참 기쁨이 거기 있습니다. 이 기쁨이 올 성탄 저희 가족과 삼덕교회 성도 여러분의 기쁨이기를 원합니다. Frohe Weihnachten !!!

 
 
 
   
 
삼덕교회